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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소비일상(알뜰 리뷰)

앵무새 죽이기, 다시 읽는 나의 육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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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대답을 할 수 없는 '부끄러운 어른'

 

아이들과 함께 뉴스를 보기 겁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뉴스는 총체적으로 '봐서는 안될' 내용들을 모두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끔찍한 살인들, 좀처럼 설명하기 어려운 어른들의 정치 싸움들,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자살하는 사람들의 사연들.

차마 설명해주기가 힘듭니다. 

왜 이런 세상을 살아가야하는걸까요? 내 아이들이 나만큼 컸을 시기엔 좀 더 나아져 있을까요?

아이들의 질문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수 없는 어른이 되어 있음이 부끄럽습니다. 

 

이 책을 20년 지난 후 다시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동안,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이 되어야할지 머릿속에서 그 질문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남매의 성장소설인데, 저에겐 육아서로 다가왔습니다. 

어떻게 아이들을 키워야할까? 원론적인 질문에 진지하게 몰입했습니다.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고통받는 수 많은 약자들의 이야기. 

하지만 세상을 살다보면, 매번 정의가 옳거나 승리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새로운 변화를 맞서기 위해, 편견과 차별을 맞서야 한다는 이야기.

제 아이가 겨울방학동안 이 책을 모두 읽으면, 함께 이야기 나눠보고 싶습니다. 

이 책은 아이들의 시선에선 '성장일기'이자 부모의 시선에선 '육아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와 함께 읽기 좋은 책입니다. 

 

굵직한 어른들의 차별과 혐오, 맑은 여섯살의 시선으로 그려져

아마 고등학생 무렵 읽었던 책으로 기억됩니다. 라디오를 즐겨듣던 그 시절, 광고속에 등장하던 이 책은 중.고등학생들에게 무척이나 인기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지금은 '성경'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책으로도 꼽힌다고 합니다. 

이 소설은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가장 심했던 곳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을 배경으로 쓴 이야기입니다. 

젊은 백인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누명을 쓴 한 흑인 청년을 백인 변소가가 법정에서 변호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6살 소녀 스카웃의 눈으로 사건들을 관찰.기록되었습니다. 

1930년대 인종 차별 및 소수 집단이 겪었던 고통을 여섯살부터 아홉살까지의 스카웃 시선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흑인을 변호한다는 이유로 흑인 애인이라는 조롱을 당했던 스카웃의 아버지 '애티커스 변호사'.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가 받는 조롱을 고스란히 함께 받아야 했던 두 남매 (아들 젬과, 딸 스카웃).

빈슨이 흑인인 것을 악용해 자신의 잘못을 없애려고 했던 백인 여성 메이엘라, 그리고 흑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자신이 하지 않은 일로 유죄까지 선고 받아야했던 로빈슨.

스카웃의 아버지는 백인여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흑인 로빈슨의 변호를 맡게됩니다. 그는 마을 사람들의 비난과 집단 따돌림에도 불구하고 백인 배심원들에게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습니다.

굵직한 사건들이 맑은 동심으로 그려낸 비극이라 주제가 더 무겁게 와 닿았습니다.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거야'

 

영화'앵무새죽이기'포스터

사회적 약자에 관한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스카웃과 함께 배우며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다양한 사회에서 차별이 줄어드는게 아니라, 그 차별들이 다양하게 생겨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오늘도 어디선가 희생되고 있을 앵무새는 없는지. 무거운 마음입니다.  아버지 애티커스의 말이 떠오릅니다.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무엇을 따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게 없지.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거야.

 

손에 총을 들고 있는 사람이 용기 있다는 생각을 갖는 대신에,
참으로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를 배우길 말이다.
시작도 하기전에 패배할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쨋든 새로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낼 때
바로 용기가 있는거다.
승리란 드문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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