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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소비일상(알뜰 리뷰)

영화 '아무도 모른다' 어른들의 무관심과 부모의 방관이 아이들의 삶 무너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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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다... '자가치유'능력이 있어!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가장 감동을 느꼈던 포인트가 있습니다.

각자의 방법으로 삶의 무게를 무던히 버텨내고 있는 삼 형제 아저씨들.

이 중 막내였던 '잘 안풀리는 감독' 송새벽이, 형인 이선균에서 무심하듯 건넨 따뜻한 위로였습니다.

 

'아무도 모른다'라는 영화가 있어.
열두 살 먹은 큰 놈이, 웃으면서 어른들한테 돈 꾸러 다니는 거 보면서 보자마자 꺼버렸어. 
하, 나 마음아파서 이 영화 못 본다...
나 티브이 부시고 들어가서 걔들 꺼내와서 내가 키운다.

영화 한다는 놈이 어떻게 이런 것도 못 보고 무슨 영화를 한다는 건가.
다음날에 봤어.

보길 잘했다 싶더라.
애들 나름, 자기 힘이 있더라.
인간 다, 자가치유 능력이 있어.

-나의 아저씨 대사 중-

 

이선균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먹을 것을 사러 마트로 향합니다.

식탁에 밥을 차려 놓고 먹다 말고 울어버립니다.

송새벽의 대사와 이선균의 연기가 마음을 짠하게 만듭니다. 

한 번도 울어본 적 없는 자신을 끌어안고 마음껏 울던 이선균.

그래서, 많은 분들 또한 '나의 아저씨'의 이 장면을 명장면 중 하나로 꼽기도 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

어른들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맑고 투명한 아이들의 고통 속 절망. 너무나 덤덤히 현실을 받아들이는 네 아이의 모습이

더욱 마음을 쓸쓸하게 만듭니다.

 

가을.

도쿄의 한 작은 아파트에 네 남매와 젊은 엄마가 이사를 옵니다.

 집주인에게는 식구가 적은 척해야 하기 때문에 엄마와 12살 장남 아키라는 몰래 동생들을 짐 속에 숨겨 들여옵니다.

엄마는 아이가 넷이나 딸린 싱글맘이라는 것이 발각되면 아파트에서 쫓겨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시끄러운 소리를 내지 말 것, 밖에 나가지 말 것 등등의 규칙을 아이들에게 정했습니다.

또 이 철없어 보이는 엄마는 아이들(심지어 네 아이들 모두 아버지가 다르다)을 학교에 보내지도 않습니다. 집안에서만 갇힌 듯 살아가지만 아이들은 엄마와 행복한 보금자리를 꾸려갑니다.

어느 날, 엄마는 아키라에게 동생들을 부탁한다는 쪽지와 약간의 돈을 남기고 사라져 버립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아무도 모르게 네 남매 스스로 살아가기 위한 세상에서 가장 슬픈 모험이 시작됩니다.

겨울.

엄마가 사라진 지 한 달이 지났어도 여전히 네 아이들은 집안의 특별한 규칙을 지키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무렇지 않게 엄마는 선물을 사 들고 불쑥 나타납니다.

하지만 머무는 것도 잠시, 그녀는 서둘러 짐을 챙겨가지고 크리스마스 전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집을 나서지만

역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섣달그믐까지도 엄마가 돌아오지 않자, 아키라는 엄마가 보내온 편지 주소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전화를 걸지만, 엄마의 성이 바뀐 것을 알고는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엄마가 자신들을 버렸다는 것을 깨닫지만 동생들에게는 이 사실을 숨기게 됩니다.

 

봄.

엄마가 보내온 돈도 바닥나고 편지도 끊기고, 밀린 세금 영수증들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네 남매가 더 굳게 뭉쳐야 한다고 느낀 아키라는 더욱 적극적으로 동생들을 돌보게 됩니다. 네 아이들은 처음으로 함께 밖에 나가 편의점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사고 공원에서 놀며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됩니다.

 

여름.

아이들은 매일매일 공원을 찾고 있었습니다. 집에는 전기도 수도도 모두 끊겼기 때문에 공원에서 머리를 감고 빨래를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언제나 학교를 빼먹고 벤치에 않아있는 소녀 '사키'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그녀는 '아키라'와 친해지고 네 남매의 친구가 됩니다.

네 남매의 삶은 단조롭습니다.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무던히 삶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보고 싶다고 보채거나 우는 아이도 없었습니다.  먼발치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막내 유키와, 마음속 절절함으로 엄마를 잊지 않으려는 둘째가 그저, 관객에게 '아임 오케이...' 덤덤히 얘기해주고 있을 뿐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릴 수 없는 크레파스.

그 남은 자투리로 막내 유키는 엄마의 모습을 그리고, 또 그립니다. 유키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엄마'를.

 

깨금발로 엄마를 기다리다 유키는 변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감독은 관객에게 목소리를 절대 높이지 않고, 감정을 흔들리게 하지 않으며 조용히 이들의 모습을 응시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도쿄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영화입니다.

어른들의 무관심과 부모의 방관이 아이들의 삶을 어떻게 망가뜨리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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